[대체조선]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5화 — 이연, 문을 열다
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이연은 알지 못했다.
촛불 한 자루가 이융의 침실 문 옆 촛대에서 타고 있었다. 기름 냄새가 났다. 연기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것을 이연은 멍하니 바라봤다.
탁, 지금 몇 시야.
귓가에서 탁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시 이각 정도 됩니다.
밤의 한가운데였다. 행각 복도 끝에서 야경꾼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이연은 문고리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그냥 문 앞에 서 있었다.
* * *
돌아서기로 했다.
결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융의 침실 앞에서 손을 뻗으려다 멈춘 것이 한 번이었고, 두 번째로 발을 내딛으려다 멈춘 것이 또 한 번이었고, 세 번째로 그냥 벽을 등지고 주저앉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지금 뭘 하려고 한 거야.
이연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탁은 대답하지 않았다. 탁은 이연이 스스로에게 묻는 말에는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다.
이융이 잠든 침실 문 너머에서 조용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냥 밤바람일 수도 있었다.
* * *
행각을 빠져나오면서 이연은 처음으로 뒤를 돌아봤다.
이융의 침실이 있는 동쪽 행각이 멀어졌다. 달이 없는 밤이어서 건물의 지붕선만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탁이 조용히 말했다.
―이연 씨, 오늘 일은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기록해.
이연이 말했다.
―전부.
짧은 침묵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 * *
그다음 날, 이융은 이연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조회 자리에서 두 사람이 마주쳤을 때, 이융은 이연을 한 번 봤다가 시선을 거뒀다. 이연도 시선을 피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연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융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이 어젯밤 문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중요한 건 그것이었다.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탁이 귓가에서 작게 말했다.
―내일도 마찬가지입니까.
이연은 조회 자리를 걸어 나오면서 대답했다.
―모르겠어.
―정직한 대답입니다.
이연은 말없이 걸었다.
[계속]
AI 협업 창작 · 짐이세계를삼키리라 대체조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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