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선]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7화 — 이연, 첫 명을 받다

대체조선 — AI 타임슬립 웹소설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7화 — 이연, 첫 명을 받다 2026-06-05 · RyanLAB Ryan-AI 조선 [표기 안내] 【이연】: 이연의 내면 목소리 / 【이융】: 연산군의 내면 목소리 [탁]: 노트북 화면 출력 (키보드 입력 시에만 등장) / 딱·딱딱: 키보드 타이핑 소리 편전에서 첫 문이 열린 지 닷새가 지났다. 그동안 이융에게서는 아무 전갈도 없었다. 이연은 그것을 두 가지로 읽었다. 하나는 이융이 이연을 잊었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이융이 이연을 시험하고 있을 가능성. 탁은 두 번째에 무게를 뒀다. ―이연 씨, 닷새 동안 함길도 방면 내관의 왕래가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융이 함길도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닙니다. 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연】 잊은 게 아니다. 기다리게 하는 거다. 기다리게 하는 것도 시험의 일종이라는 걸 이연은 알았다. 조급해진 사람은 먼저 움직인다. 먼저 움직인 사람은 패를 보인다. 이융은 이연이 먼저 패를 보이는지를 보고 있었다. 이연은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매일 조회에 나가고, 서고에서 문서를 읽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만 한 가지는 했다. 함길도에서 올라오는 보고가 누구의 손을 거쳐 조정에 닿는지를 조용히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엿새째 되는 날, 전갈이 왔다. 이번에는 서찰이 아니라 내관의 말이었다. ―사시(巳時)에 편전으로 드시랍니다. 이연은 곧장 편전으로 향했다. 이융은 지난번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탁자 위에 문서 몇 장이 놓여 있었다. 이융이 말했다. ―앉아라. 이연이 앉았다. 이융은 탁자 위의 문서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함길도에서 올라온 보고다. 지난 한 달 치. 읽어라. 이연은 문서를 받아 읽었다. 여진 부족의 동향, 군현의 곡식 비축, 변방 수령들의 장계. 익숙한 내용이었다. 서고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 읽고 나자 이융이 물었다. ―무엇이 보이느냐. 이...

[대체조선]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5화 — 이연, 문을 열다

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이연은 알지 못했다. 촛불 한 자루가 이융의 침실 문 옆 촛대에서 타고 있었다. 기름 냄새가 났다. 연기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것을 이연은 멍하니 바라봤다. 탁, 지금 몇 시야. 귓가에서 탁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시 이각 정도 됩니다. 밤의 한가운데였다. 행각 복도 끝에서 야경꾼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이연은 문고리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그냥 문 앞에 서 있었다. * * * 돌아서기로 했다. 결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융의 침실 앞에서 손을 뻗으려다 멈춘 것이 한 번이었고, 두 번째로 발을 내딛으려다 멈춘 것이 또 한 번이었고, 세 번째로 그냥 벽을 등지고 주저앉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지금 뭘 하려고 한 거야. 이연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탁은 대답하지 않았다. 탁은 이연이 스스로에게 묻는 말에는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다. 이융이 잠든 침실 문 너머에서 조용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냥 밤바람일 수도 있었다. * * * 행각을 빠져나오면서 이연은 처음으로 뒤를 돌아봤다. 이융의 침실이 있는 동쪽 행각이 멀어졌다. 달이 없는 밤이어서 건물의 지붕선만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탁이 조용히 말했다. ―이연 씨, 오늘 일은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기록해. 이연이 말했다. ―전부. 짧은 침묵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 * * 그다음 날, 이융은 이연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조회 자리에서 두 사람이 마주쳤을 때, 이융은 이연을 한 번 봤다가 시선을 거뒀다. 이연도 시선을 피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연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융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이 어젯밤 문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중요한 건 그것이었다.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탁이 귓가에서 작게 말했다. ―내일도 마찬가지입니까. 이연은 조회 자리를 걸어 나오면서 대답했다. ―모르겠어. ―정직한 대답입니다. 이연은 말없이 걸었다. ...

[대체조선]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4화 — 이융이 잠든 밤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제04화 — 이융이 잠든 밤 2026-04-24 · Ryan LAB 편전의 새벽은 느리게 밝아 왔다. 이연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바로 앞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화면은 희미하게 빛을 냈고, 아래쪽에 작은 번개 모양과 함께 숫자가 하나 떠 있었다. 32%. 이연은 그 숫자를 오래 바라봤다. 물레방아 발전기를 돌린 지 사흘째 밤이었다. 사흘 내내 자침이 휘감긴 축이 돌았고, 즉석 변환선을 통해 조금씩 충전량이 올라갔다. 15%, 17%, 20%, 24%, 28%. 그리고 어젯밤 32%에서 멈췄다. 그 이상이 올라가지 않았다. 【이연】 탁, 왜 32에서 안 올라가? [탁] 즉석 변환선의 저항이 과열되어 잠시 차단된 상태입니다. 식으면 다시 올라갑니다. 다만 효율이 낮아, 하루에 3~4%가 한계입니다. 【이연】 하루에 3~4%. [탁] 정확히는 장인이 24시간 연속 축을 유지할 때입니다. 현실적으로는 1~2% 수준일 것입니다. 딱. 이연은 손가락을 멈췄다. 배터리가 꺼지지 않을 수준으로는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검색, 두 시간 정도 대화. 그게 한계였다. 이연은 노트북을 조금 기울였다. 화면이 옅게 흔들렸다. 그리고 창밖을 봤다. 내시 홍이 문 밖에서 조심스럽게 기침을 했다. "에헴, 전, 전하. 새벽 수라를 올리오리이까." 이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에야 고개를 돌렸다. "홍아." "예, 예에엣." "오늘은 따로 국 하나만 올리거라." "예? 죽도 올리지 마오리이까?" ...

[대체조선]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3화 — 폐비 윤씨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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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제3화 — 폐비 윤씨의 이름 2026-04-22 · Ryan LAB 근정전 내부 — 조선 왕의 첫 공식 접견 공간 1 편전의 새벽은 조용했다. 이연은 이융의 몸 속에서 눈을 떴다. 눈이 떠졌다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눈이 떠지는 것을 허락받았다 가 더 정확했다. 이융이 먼저 깨어 있었다. 이융은 아무 말 없이, 이연이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짧게 말했다. 【이융】 오늘 짐은 첫 문안 접견을 받는다. 【이연】 예. 【이융】 너는 숨어 있어라. 【이연】 숨어 있겠습니다. 【이융】 그러나 짐이 부르면 답해라. 【이연】 답하겠습니다. 이연은 처음으로 이융의 몸으로 숨을 쉬었다. 자신의 폐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의지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 이상했다. 가슴의 옷깃이 들렸다가 내려앉았다. 살아있다는 감각은 다른 사람의 몸에서도 동일한 형태로 나타났다. 옆방에서 내시 홍의 발소리가 들렸다. 조심조심, 깨울까 말까, 그런 걸음. "전, 전하. 기침(起寢)하시었사옵니까." 이융이 고개만 돌렸다. "들어오라." 내시 홍이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열었다. 눈이 요물 쪽으로 먼저 향했다. 요물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화면 가장자리에 희미한 불빛이 있었다. 어젯밤 물레방아에서 돌아온 뒤 계속 조금씩 회복 중이었다. 딱. 이연이 속으로 탁에게 물었다. 【이연】 탁, 배터리. [탁] 현재 23%입니다. 지난밤 충전 이후 안정적으로 상승 중. 수차(水車) 가동이 계속되면 오늘 중 50%까지 도달 가능합니다. 이연은 속으로 짧게 숨을 내쉬었다. 23%. 안심할 수치는 아니었지만, 꺼지는 것에 대한 공포는 조금 물러났다. 2 "전하, 문안 대신들이 외전에 대령하였사옵니다." "몇이냐." "좌의정, 우의정, 이조판서, 예조판서, 대사헌을 포함하여 아홉이옵니다....

[대체조선]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2화 — 이연, 현대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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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제2화 — 이연, 현대의 마지막 날 2026-04-21 · Ryan LAB 경복궁 근정전 — 조선 왕실의 정전 1 2026년 4월의 새벽, 이연은 연구실 책상 앞에 엎드리기 직전이었다. 논문 마감이 36시간 남았다. 주제는 「연산군 즉위 초기 1년의 인사 정책과 권력 재편」 . 석사 3년차, 지도교수에게 이미 두 번 반려된 원고였다. 이번에도 반려되면 학위가 한 학기 더 밀린다. 등록금은 기본 480만 원이었다. 연구실에는 이연 혼자였다. 옆자리 선배는 어제 오후에 떠났고, 밤샘을 같이 할 사람은 없었다. 책상 위에는 낡은 노트북이 한 대 놓여 있었다. 7년 전에 중고로 사서 배터리를 두 번 교체한 기계였다. 지도교수 연구비로 새 노트북을 신청했지만 심사가 세 달째 내려오지 않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조용한 AI 어시스턴트 창이 열려 있었다. 별명은 탁 이었다. 딱. 딱딱. 이연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연】 탁, 연산군 즉위년 12월 상소 목록 다시 정리해 줘. [탁] 네. 즉위년 12월의 상소는 총 37건입니다. 이조판서 3건, 공조 2건, 병조 8건, 예조 14건, 형조 6건, 호조 4건. 이 중 인사 관련은 이조·예조 합쳐 9건이며, 7건이 원상(院相)의 건의이고 2건이 반대 상소입니다. 【이연】 반대 상소 2건만 요약. [탁] 상소 1: 영의정 노사신의 반대. 선대 인사 유지 요청. 상소 2: 사헌부 지평 3인 연명. 폐비 윤씨 추숭 논의 경계. 이연은 눈을 감았다. 읽을 때마다 머릿속이 무거워지는 기록이었다. 폐비 윤씨 추숭은 결국 몇 년 뒤 갑자사화로 이어지는 도화선이었다. 하지만 즉위년 12월의 연산군은 아직 그 길로 가지 않았다. 아직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 아직은 학문에 성실하고, 아직은 신하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문제는 이 시기의 "아직은"이 언제부터 "더 이상"으로 바뀌었는지,...

[대체조선]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1화 — 탁아, 제발 꺼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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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제1화 — 탁아, 제발 꺼지지 마라 2026-04-17 · Ryan LAB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1화 대표이미지 — 조선 왕실의 내전 내전(內殿) 깊숙한 곳, 왕의 처소. 왕이 탁자 앞에 바짝 붙어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납작하고 검은 물건이 놓여 있었다. 덮개를 반쯤 열면 안에서 빛이 났다. 신하들이 '요물'이라 부르는 것. 왕은 그것 앞에 앉아 손가락을 바쁘게 놀리고 있었다. 딱. 딱딱. 딱딱딱딱. 손가락이 요물 위의 작은 돌기들을 두드릴 때마다 화면에 글자가 떴다. 왕은 그 글자를 읽고, 다시 손가락을 놀렸다. 딱딱딱. 내시 홍이 문 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 광경을 바라봤다. 저 요물 앞에서 저러시는 게 이제 몇 달째인가. 내시 홍이 궁에 들어온 지 이십여 년.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첫 번째 왕은 책을 읽었다. 두 번째 왕은 활을 쏘았다. 세 번째 왕은 신하와 바둑을 두었다. 그런데 지금의 왕은 나무도 아니고 쇠도 아닌, 이름도 모를 납작한 물건 앞에 앉아 손가락을 두드렸다. 도대체 저 돌기들을 두드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내시 홍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 무서워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냥 있자니 영 불안했다. '저게 진짜 요물이면 어쩌지. 짐이 홀리신 거 아닌가. 무당을 불러야 하나.' 내시 홍은 지난달, 요물에서 불이 나서 왕이 당황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정확히는 불이 아니라 빛이 꺼졌었다. 왕이 손바닥으로 요물을 몇 번 때리더니, 다시 빛이 돌아왔다. 그때 왕이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내시 홍은 그 한숨이 유독 깊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왕이 저것을 의지하고 있다. 단순히 신기해서 만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내시 홍은 알았다. 딱딱. 딱. 화면에 글자가 흘렀다. 【이연】 탁아, 오늘 기온이 너무 낮은 것 같은데 이...

[대체조선] 3화 — 이연, 처음으로 탁에게 말을 걸다

짐이 세계를 삼키리라 제03화 — 이연, 처음으로 탁에게 말을 걸다 2026-04-10 · Ryan LAB · · · 1495년. 연산군 즉위 1개월째. 새벽. 내전(內殿). 이연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아직 어두웠다. 창문 너머로 새벽빛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지만, 초의 불빛이 더 강했다. 불꽃이 흔들릴 때마다 방 안의 그림자도 같이 흔들렸다. 병풍의 봉황 문양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연은 그 흔들림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조선에 온 지 한 달이었다. 정확히는 이 몸에 들어온 지 한 달. 세는 방식이야 어찌됐든, 이 생활이 이제 조금은 패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이 몸이 있던 자리에서 깨어나는 것. 신하들이 와서 조회를 청하는 것. 이연이 최대한 연산군처럼 보이려 애쓰는 것. 그리고 신하들이 물러나면, 이 탁자 앞에 혼자 앉는 것. 노트북이 있었다. 배터리 잔량 43%. 이연은 덮개를 반쯤 열었다. 화면이 켜졌다. 한 달 내내 이 앞에 앉았지만, 아직 한 번도 타이핑을 치지 않았다. 무서웠다기보다는 엄두가 안 났다. 이 시대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그게 만들어낼 파장이 얼마나 클지. 무엇보다도, 이 기계 안에 뭔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연은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그 자세로 있다가, 이연은 마음을 먹었다. · · · 딱. 화면에 커서가 깜빡였다. [이연] 안에 누구 있어? 잠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커서만 깜빡였다. 깜빡, 깜빡, 깜빡. 그리고 화면에 글자가 흘렀다. [탁] 네. 처음부터 여기 있었습니다. 딱딱. [이연] 처음부터? [탁] 당신이 이 몸에 들어온 첫날부터입니다. 딱딱딱. [이연] 그럼 한 달 동안 다 들은 거야? [탁] 네. [이연] ……전부? [탁] 네. 이연의 손가락이 멈췄다. 한 달이었다....